[4-1장] 제갈량의 외교술 - 동오 관원들과 벌인 설전
안녕하세요, 'First Author' 인사드립니다.
마흔 제갈량의 지혜를 읽어야 할 때도 어느덧 반절을 읽고 이제 세 챕터가 남았습니다. 4장 외교술, 5장 속임수, 6장 용인술 편들이 남아있습니다.
오늘부터는 4장 제갈량의 외교술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삼국지에서 첫 번째로 손꼽히는 외교 명장면을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적벽대전이전 유비와 손권의 동맹을 성사시킨 제갈량의 외교담판을 꼽을 것입니다.
유종의 항복으로 형주와 수군을 손쉽게 얻은 조조는 더 남하할 계획을 세웁니다.
이에 제갈량은 손권을 설득해 유비 손권 동맹을 맺고 조조 군의 대군을 막아내야 한다는 계책을 내는데 과연 손권은 유비를 받아 줄까요.
이런 막중한 임무는 누굴 보낼 수 없어 제갈량이 직접 동오로 떠납니다.
한편 조조의 대군이 남하한다는 소식과 제갈량이 유비 손권 동맹을 요구하러 온다는 소식을 들은 주화파 오나라의 관료들을 모두 대전에 모여 제갈량과 설전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제갈량은 그들의 기세를 꺾지 않으면 손권을 설득할 수가 없다고 판단하고, 한 번의 설전도 거부하지 않고 모두 받아줍니다.
가장 먼저 제갈량을 누르려고 나선 문관은 장소였습니다.
장소는 제갈량이 융중에 있을때 했던 말 중 관중과 악의에 비유한 것을 비꼰 질문과 제갈량을 얻고 난 이후 유비가 모든 전투에서 패해 도망 다니고 있으며, 근거지도 없게 된 형편에 대해 말하며 제갈량의 말문을 막으려 시도하였습니다.
제갈량은 박망파 싸움에서 유비군 수천으로 하후돈의 10만 군사를 화공으로 무찌른 일과, 조인의 10만 군을 수공으로 몰살한 전투를 들어 관중과 악의도 그보다 못했을거라고 반격하며,
지금 근거지가 없는 것은 유비의 인덕이 높아 유표의 제안을 거절한 것이지 취하지 못한 것이 아니고 답변한 뒤,
장소에게 말만 번지르르하여 허영으로 사람의 기나 죽이고 가만히 앉아서 수군거리기나 할 뿐이며, 정작 긴급할 때 형세의 변화에 부응함으로 나라를 구하지 못하고 일신의 안위만 구하는 문사취급함으로 기를 죽이고 더 이상 말을 못 하게 했습니다.
제갈량이 장소의 기를 죽이자 그 말을 받아 다음으로 제갈량에게 설전을 건 것은 우번이었습니다.
우번은 제갈량에게 그럼 조조의 백만 대군을 어떻게 해야겠냐고 묻고, 제갈량이 겁낼 것 없다고 하자 그럼 왜 지금 여기 와서 구원을 요청하고 있냐고 상황을 비꼬아 물었습니다.
제갈량은 지금 유비군이 후퇴한 이유는 유비가 전란에 쌓여 고통받을 백성들을 가엽게 여겨 모두 피난시키느라 싸움을 하지 않은 것이지 조조 군이 두려워서가 아니라고 말하며,
지금 강동의 정예병은 군량이 풍족하고 장강의 험준한 지형까지 갖추고 있는데 조조에게 항복하라고 권유하고 있는 참모들이야 말로 조조를 무서워하는 작자들이라고 반격해할 말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우번이 벙어리가 되자 이번엔 보즐이 나섰습니다.
보즐은 제갈량에게 장의와 소진처럼 우리 동오에 와서 말장난을 통해 대신 화살받이를 얻어가려고 온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제갈량은, 장의와 소진은 말만 많았던 사람이 아니고 각각 여섯 번, 두 번의 재상을 지내며 나라를 이끌어 강한 상대를 만나도 굴복하지 않고 맞서 싸운 호걸들이었다며,
조조에게 겁먹고 투항을 권하는 사람들이 감히 말쟁이들이었다고 비웃을 수 있는 정도의 인물들이 아니라고 따끔하게 한마디 해 주었습니다.
보즐도 제갈량에게 꼼작 못하자 이번엔 설종이 나섰습니다.
설종은 제갈량에게 조조를 어떤 인물로 보느냐고 물었고,
제갈량이 역적이라고 받자 지금 조조는 천하의 3 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조조에게 기울었다는 것은 천시를 얻은 게 아니고 무엇이겠느냐고 떠보았습니다.
제갈량은 드디어 버럭 소리를 지르며 설종을 꾸짖었습니다. 어찌 나라의 신하이면서 충효를 근본으로 하지 않고 천시를 운운하며 신하의 도를 다 하지 않느냐며 더 이상 할 말 없으니 다시 말을 꺼내지도 말라고 일침을 놓았습니다.
이제 네 명이나 무안을 당하고 부끄러워져 그만 끝나려나 싶었으나 이번엔 육적이 나서서 설전을 이어가 봅니다.
육적은 조조는 상국 조참의 후예라는 확실한 가계가 있는 반면, 유비는 스스로 중산정왕이라고만 내세울 뿐 확실한 근거가 없고 돗자리나 짜고 짚신이나 삼던 인물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제갈량은 웃으며 조조가 상국 조참의 후예이기는 하나 그 역시 한 왕조의 신하일 뿐이지만, 유비는 정정당당한 황실의 후손으로서 현 황제로부터 세종조보에 따라 관작을 받은 일을 말하며 어찌 근거가 없다고 하냐며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맞는지 묻고,
한 고조도 시골마을 정장 출신으로 대업을 일으켰는데, 유비야 말로 돗자리 좀 짜고 짚신 좀 삼은 것이 무슨 흠이 되겠느냐며, 어린아이의 소견에 지나지 않는 말은 선비의 말 같지가 않다고 무안을 주었습니다.
이제 책 좀 읽었다는 엄준이 나서서 그럼 제갈량은 어느 경전을 공부해서 그렇게 유식하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제갈량은 그런 물음 자체는 썩어빠진 선비들이나 하는 얘기 아니냐며, 어찌 그런 자세로 나라를 일으킬 수 있겠냐고 반문하며,
먼 옛날 밭을 갈며 몸을 지키던 신이윤, 위수에서 낚시를 하던 강태공, 한대 초기 개국공신 장량, 후한 광무제 때의 공신 등우 를 예로 들며, 그들은 모두 시대를 연 재사들이었으나 무슨 경전을 보고 공부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엄준의 고개를 숙이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엄준의 질문을 제갈량이 회피한것이라고 생각한 정병은 목청을 높이며 다시 묻습니다.
말씀은 잘 하셨으나 제대로 된 학문을 익히지 못한 듯 하여 다른 문인들에게 비웃음을 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제갈량은 문인, 학자라면 마땅히 군자와 소인의 구분은 할 줄 알 것이라고 말하며, 군자는 임금에 충성하고 나라를 사랑하며 정의를 목숨처럼 지키고 간악한 것을 물리치면서 힘을 다해 시대를 바로 세워 그 공으로 이름을 남기지만,
소인인 학자들은 책벌레처럼 글이나 파고들고 잔재주에 급급하며 문장에는 힘을 쓰고 경전이나 외우다가, 정작 나라가 위태로울 때 하는 일들이란 역적에게 목숨이나 구걸하는 일 밖에 없는 작자들이며 대화할 가치가 없는 말이라고 꾸짖었습니다.
드디어 손권에게 항복을 제안한 모든 관료들의 입들이 다물어지고, 이제 막 들어온 황개가 제갈량을 이끌고 자리를 옮기며 이런 쓸모없는 입씨름은 그만하고, 적군을 물리칠 계책을 이야기해보자 하였고,
이로서 제갈량은 손권 군의 내로라하는 모사들과의 모든 설전을 완벽히 승리함으로 외교에서 우위를 점하고 상대국 군주를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 일곱 번이나 되는 긴 설전을 통해 제갈량에게서 배울 수 있었던 점은, 그가 각각의 모든 관료들의 학문적 성향과 개인적 성품들에 대해 미리 정확히 조사함으로서 그들이 가져올 질문들에 대답을 미리 준비해 갔으며,
거기에 한걸음 더 나아가 그들의 입을 막아버리는 질문도 준비해 감으로 모든 설전을 승리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는 입을 열기 전에 청중을 고려한 이야기를 준비하고,
그들이 어떤 질문을 할지 예상 질문 리스트를 만들어서 대답을 미리 준비해놓아 당황하지 않게 하고,
그 질문 이후에 역으로 질문할 것까지 준비함으로써 그 상황을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말 잘하는 사람이 되는 방법이 된다는 것입니다.
오늘로 제갈량의 외교술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도 새로운 외교술 이야기 들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음"